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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강의

[inthepool/인더풀] 엽기의사 아라부의 유쾌한 처방전

by 치즈두개 2022.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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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더풀(in the pool)은 공중그네로 유명한 오쿠다 히데오의 장편소설이다.

소설은 잘 안 읽지만, 이 책은 유쾌하면서도 세상사를 닮고 있다.

재밌는 소설로 추천한다.

통괘한 아라부의 처방전을 듣고 있으면 처음에는 '뭐야, 의사가 장난치는거야?'
라고 생각하지만,

읽다보면 '뭐야, 이사람 천재인가?' 싶어진다.

 

인더풀 표지, 귀여운 느낌이다.


표지에는 도무지 전문의 같지않은 뚱뚱한 중년의 아라부가 익살스럽게 웃으며 튜브를 하고 있다.

 



목차는 5개로 구성되어, 정신과의사 아라부가 5명을 유쾌한 방식으로 치료하는 내용이다.

그의 치료법은 단언컨대 엽기적이면서 획기적이고 나아가 천재적이기 까지 하다.
읽고 있으면 나도모르게 이야기 속에 빠져들어 의사 아라부의 조수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1장 도우미

 

에는 히로미라는 기획사 소속의 이벤트도우미(모델) 일을 하는 여자가 피해망상에 의한 불안감을 호소하는데,
이 여자가 의사 아라부를 표현한 구절이 너무 재밌다.

으악! 히로미는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하얀얼굴의 돼지! 게다가 푸석한 머리칼에는 비듬까지 덕지덕지 붙어 있다. 가슴에 '의학박사 아라부 이치로' 라는 명찰을 달고 있었다.


두줄로 아라부의 생김새를 묘사했다.

이런 외향을 가진 의사에게 나의 병을 말할 수 있을까? 그의 명찰덕에 환자들은 의심스럽지만 자신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래서 아라부 병원을 찾아온 사람들은 아라부를 의심하면서도 편하게 생각한다.

이상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이지 않은 아라부의 생김새와 말투(말투가 변태스럽다), 그리고 행동까지. 모든게 전문적여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래서 사람(환자)들이 아라부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1장에 나오는 히로미도 피해망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그렇듯이 주변상황을 과대해석하고 본인을 피해자로 만들지만, 아라부는 여기에 일반적인 치료방법(약 처방, 상담하기 등)을 하지 않는다.

그냥 히로미와 함께 히로미의 일상에 들어간다.

정신이 아픈 환자 보다 더욱 말이다.

아라부의 말과 행동, 방문한 사람들의 생각과 말과 행동에 대한 실감나게 우악스러운 묘사가 이책의 몰입도를 높여준다.

2장 아, 너무 섰다!

 

2장에 나오는 테츠야는 아내와 이혼한지 3년이 된 평범한 직장인이다.

무엇때문이지 모르는 자신감결여가 지속발기증을 유발했고, 그는 일상생활이 힘들어 진다.

그도 그럴것이 회사도 가야하고 사람들과 밥도 먹고 해야하는데  24시간 거기가 서있다고 생각해보라. 으악.

이때도 아라부는 테츠야의 삶에 함께 들어가서 그의 불안감, 자신감결여가 어디서 오는지 함께 알아간다.

2장까지 읽으니 어쩌면 아라부는 천재..? 라는 생각이 든다.

3장 인더풀

 

3장에도 마음의 병을 갖고 있는 카즈오가 나온다. 자려고 누웠는데 왠지 숨이 가쁘고 호흡곤란이 오더니, 온몸이 식은땀으로 흠뻑 젖었다. 이어서 시도때도 없이 설사를 하게 되니 아라부 병원으로 온 것이다.

 

이런 카즈오의 병을 들은 아라부는 (일반적인) 의사 답지 않게 묻는다.

 

"거 있잖아. 요즘 텔레이전에서 카운슬러가 환자의 고민을 듣고 격려해주는 장면. 그런 건 말이야.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 중략 ...

"즉, 스트레스란 것은 인생에 늘 따라나니는 것인데, 원래부터 그렇게 있는 놈을 없애려 한다는 건 쓸데없는 수고라는 거지. 그보다는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리는 게 좋아."

"예를 들면, 번화가의 길모퉁이에 숨어 있다가 조폭을 습격 한다든지."

진심으로 하는 말일까. 현기증이 일었다.

 

아라부는 이런 식이다.

 

이런 괴짜의사 아라부의 모습과 마음의 병을 갖고 있는 환자들의 심각한 상황을 유쾌하면서도 억지스럽지 않게 풀어낸 소설 인더풀을 보고 있노라면, 지금 나의 고민들도 함께 날아가는 기분이 든다.

 

이어 나오는 4장의 요스케, 5장의 요시오도 마찬가지다.

우리모두가 가질 수 있는 스트레스(강박, 불안 등)가 다양한 형태로 표출되어 아라부를 찾아온다.


콧김을 후후후 불어넣으면서 변태같아 보이는 외향과는 다르게 환자의 상황안에 들어가서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는 괴짜 아라부,
혼란스러운 세상을 살면서 힘든 마음이 들고 나도 내가 왜이러는지 모를때 달려가서 당장 달려가서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울할때 읽을만한 재밌는소설로 추천한다.

짧은 에피소드 5개를 묶어놔서 지루함도 없고 그보다도 맛있게 쓴 문장과 묘사들 덕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아라부의 진료에 몰입하게 될 것이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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